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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분석/BIO & 식품 관련

트랜스 지방

신문이나 방송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화학물질 중 하나로 트랜스 지방이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하루 섭취하는 열량 중에서 트랜스 지방의 비율이 1 퍼센트 미만이 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방은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우리 몸의 3대 영양소로써 먹지 않을 수는 없지만 과하게 섭취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 자료를 검토할 때 중성 지방의 수치에 눈길이 가는 것도 혈액 속에 포함된 지방의 양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고소한 튀김 식품에 숨어 있는 복병, 트랜스 지방, 왜 나쁠까? <출처: sxc.hu>

 

 

트랜스 지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지방은 지방산(fatty acid)과 글리세롤(glycerol)이 결합되어 생성된 화학물질로, 비교적 많은 수의 탄소, 수소, 산소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글리세롤이 가지고 있는 3개의 -OH 작용기 모두가 지방산이 가지고 있는 작용기 -COOH와 반응을 하여 에스터 결합(보통 RCOOR’이라고 표현되는 구조를 가진 분자들은 에스터 결합을 하고 있다고 표현)을 하고 있는 분자를 말한다. 지방산은 탄소 원자들이 여러 개(보통 4 개 이상 20여 개 탄소까지) 결합되어 길다란 막대 혹은 사슬모양을 하고 있고, 말단의 탄소 원자는 -COOH의 형태로 되어 있는 분자이다.

 

지방은 1개의 글리세롤에 3개의 지방산이 에스터 결합하고 있는 분자를 말한다.

 

 

글리세롤 본체에 에스터 결합으로 묶어진 본래 지방산으로부터 온 3개의 탄소 사슬들은 서로 길이도 다르고, 사슬 모양도 제각각일 수 있다. 지방 분자의 탄소 사슬 하나를 들여다 보면, 사슬 내에 각 탄소원자들이 바로 곁에 있는 탄소원자와 결합할 때 단일결합, 이중결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지방산에 포함되어 있는 이중결합의 수는 지방산을 구성하는 탄소의 개수와 지방산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적게는 하나부터 많게는 6개 이상도 될 수 있다. 글리세롤의 3개 -OH와 결합하는 지방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므로 생성되는 지방의 종류도 매우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콩기름이나 해바라기 씨 기름도 10종류 이상의 지방을 포함하고 있다.

 

지방 분자에 이중결합이 포함되어 있는 지방을불포화지방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지방을 구성하는 탄소원자들 모두가 단일결합으로 이루어진 지방은 포화지방이라고 한다. 같은 수의 탄소원자로 구성된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의 가장 큰 차이는 녹는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포화지방의 녹는점이 불포화지방의 녹는점 보다 높다.

 

포화지방은 비교적 기다란 막대 형태를 가진 분자구조를 하고 있고, 불포화지방은 이중결합이 위치한 2개의 탄소를 중심으로 양쪽에 결합되는 분자 뭉치(탄소 원자가 여러 개 모여서 이루어진 분자)들이 꺾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중결합을 한 두 개의 탄소원자들은 자기들끼리 결합하는데 이미 2개의 결합능력을 사용했으므로 각 탄소원자의 입장에서 볼 때 2개의 결합할 수 있는 자리가 남아 있다. 나머지 2개의 결합 자리 중에 한 자리는 수소원자 1개가 다른 한자리는 여러 개의 탄소원자로 구성된 분자 뭉치가 있을 수 있다.


포화지방(위)은 지방 분자의 탄소들이 모두 단일결합인 것, 불포화지방은 이중결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불포화지방에서, 이중결합을 이루는 탄소원자에 결합된 수소원자가 대각선 방향에 위치하면 트랜스 지방(중간), 같은 방향에 위치하면 시스 지방(아래)이라 한다.

 

이중결합을 이루는 2개의 탄소원자가 붙어있는 곳을 중심으로 구조를 살펴보면, 2개의 탄소 각각에 1개씩 결합된 수소원자가 같은 방향에 위치하거나, 수소원자가 대각선 방향으로 위치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수소원자의 위치가 같은 방향일 경우에는 2개의 탄소원자에 결합하고 있는 분자 뭉치들도 같은 방향으로 배열을 하며, 수소 원자의 결합위치가 대각선 방향이면 분자 뭉치들의 위치도 대각선 방향이다. 수소원자의 위치, 분자 뭉치의 위치 모두가 같은 방향인 분자구조를 가진 지방을 시스(cis) 지방, 수소원자와 분자 뭉치의 위치가 대각선 방향으로 배열된 형태를 지닌 지방을 트랜스(trans) 지방이라고 부른다.

 

지방분자는 탄소원자 수가 많기 때문에 같은 분자 내에서도 이중결합이 한 개 이상 형성될 수 있다. 만약에 2개의 이중결합을 포함하는 지방 분자는 시스-시스, 트랜스-트랜스, 혹은 시스-트랜스의 형태의 이중결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지방은 보통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이 서로 섞여 있는 경우가 많으며, 두 성분의 비율에 따라 녹는 온도, 끓는 온도와 같은 물성이 달라진다.

 

트랜스 지방은 주로 과자, 도넛, 빵, 치킨, 팝콘 등 우리가 즐겨 먹는 튀긴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것으로, 하루 권장량 이상을 섭취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트랜스 지방 규제가 강화되면서, 외식 업체들도 트랜스 지방 함유량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처: gettyimages(도넛, 팝콘), sxc.hu(치킨)>

 

 

트랜스 지방은 왜 나쁠까?


많은 탄소원자를 포함하는 지방 혹은 지방산의 중간부분에 이중결합이 있다면 그 모양은 시스, 혹은 트랜스가 될 수 있다. 시스의 경우에는 이중결합을 중심으로 긴 사슬 모양의 탄소 뭉치들이 같은 방향으로 있어서 마치 영문자 “U” 자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트랜스의 경우에는 이중결합을 중심으로 탄소 뭉치들이 약간 뒤틀려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포화지방처럼 길다란 막대기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녹는다는 것은 겹쳐진 고체 지방분자들이 각 분자로 나뉘어 개별 혹은 소수의 분자덩어리가 되어 결국은 액체가 되는 것을 말한다. 트랜스 지방인 경우에는 지방분자들끼리 비교적 잘 겹쳐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따로 분리하는 데 에너지를 더 필요로 하기 때문에 녹는 온도가 높아진다. 특히, 트랜스 지방은 실온에서도 고체 덩어리이기 때문에, 체내에서 여러 가지 장애 요인을 유발할 수 있는 기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시스 지방은 서로 뭉쳐지기가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녹는점이 비교적 낮고, 액체 상태로 존재하려는 경향이 트랜스 지방보다 높다.

 

우리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것은 바로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이다. 섭취하는 지방은 화학 분해 과정을 거쳐서 체내로 흡수되며, 일부는 저장되는 것이다. 올리브, 해바라기, 옥수수, 콩을 재료로 사용하는 식물성 기름은 불포화지방을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동물성 지방인 양고기, 쇠고기 유지 등에는 포화지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불포화 시스 구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식물성 기름도 높은 온도에서 조리과정을 거치면서 불포화 트랜스 구조로 변환될 수도 있고, 심지어 포화지방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시스 구조를 포함하고 있는 자연산 식물성 기름이라 할 지라도 몸에 해로운 트랜스 지방으로 변질되기 전에 음식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용유는 시스 구조를 포함하고 있는 자연 지방이며, 식용유 분자에 포함된 이중결합을 없애서 단일 결합으로 바꾸면 이웃 분자들끼리 잘 겹쳐질 수 있는 포화지방이 만들어지며 녹는점이 높아진다. 식용유의 이중결합을 화학반응을 통해서 제거하면 고체 마가린이 만들어진다. 통상적으로 지방은 고체를, 기름은 액체를 말하지만 화학적으로는 같은 성분이 물리적인 상(phase)이 달라진 것일 수 있다. 사람들이 식물성 기름은 좋고, 동물성 지방은 나쁘다고 말하는 것도 이미 이런 상태를 파악하고 말하는 것일까?

 

2006년 식약청 조사 결과 일부 외식업체의 감자 튀김에 하루 권장 섭취량을 넘는 트랜스 지방이 검출되었고, 이는 외식 업체들의 트랜스 지방 감소 노력으로 이어졌다. <출처: sxc.hu>

마가린은 식물성 지방인 식용유를 경화시킨 것으로, 경화과정에서 트랜스 지방이 생길 수 있다. 2006년에는 5%가 넘는 제품도 다수 발견되었다. <출처: sxc.hu>

 

 

트랜스 지방, 되도록 멀리할 것


우리 몸의 지방은 포화지방이 약 30% 이상, 불포화지방이 약 60%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불포화지방 중에서도 올레산(oleic acid, C18H34O2, 녹는점 약 13℃)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올리브 오일, 평지씨 오일, 땅콩 오일에는 약 50~80%의 올레산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왜 이런 오일들이 몸에 좋은 지 자연스레 답이 나온다.

 

트랜스 지방이 심장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의학 자료들도 있고, 몸에 트랜스 지방이 많은 여성들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40%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으니 되도록이면 트랜스 지방을 멀리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하지만, 자연산 트랜스 지방(vaccenic acid)도 존재하고, 우리 몸에 필요한 식품들에도 들어 있으므로, 트랜스 지방을 전혀 먹지 않기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 같다. 따라서 트랜스 지방의 하루 제한량(약 2.2g)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식품 표시기준에 따르면 1회 제공량(과자의 경우 30g)에 0.2g 이하의 트랜스지방이 포함된 경우에는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함량 등을 고려, "0"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점은 미국, 캐나다 등도 비슷하다. 따라서, 트랜스 지방의 함량을 잘 살피되, 트랜스 지방이 없다고 표시한 식품이라고 해서 마구 먹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기억하자. 

 

 

  1. 탄소의 결합

    일반적으로 탄소원자는 다른 원자나 혹은 바로 옆에 위치한 탄소원자와 결합을 이룰 때 최대 4개의 결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탄소원자 1개가 4개의 수소 원자와 결합하면 메탄(CH4) 분자가 된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제공 대한화학회  <화학세계>


발행일  
2012.01.20